복실이 안녕…!


오늘 오후 2시 15분경 저희 집 강아지가 16년 삶을 마감했습니다.

8월부터 종양으로 조금씩 앓아 재채기하는 정도였지만 9월 중순에 와서는 점점 심해져
수술 뒤 결국에는 두 눈이 멀고 코로는 숨을 쉴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러 9월 말쯤에는
오른쪽 눈이 완전히 괴사해 아마도 괴로웠을 거에요 산채로 살이 썩어들어가는
그 고통이 얼마나 심했을까요….

눈이 먼 다음부터는 혼자 밥도 물도 못 먹고 화장실 가는 것조차 어려워 잘 때에는
일부러 강아지가 누워있는 쪽으로 머리를 두고 자면서 강아지가 움직이는 소리라도 나면
불같이 일어나 화장실을 챙겨줘야 하고 사료를 물같이 만들어 주사기로 밀어 넣으면서도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살아 줬으면 하고 욕심을 부렸습니다….

등의 피부도 점점 괴사해가며 나중에는 종기가 돋아 터진 자리에서 더 큰 종기가 돋고…
자꾸 코피를 쏟아 더러워지는 코 주변과 고름이 묻은 등을 닦아 주면서 안기라도 했다가는
바로 터져버리는 종기 때문에 제대로 안아주지도 못하고 매일매일 눈물만 흘리며
그렇게 생명을 연명시키다가…고통이 심했는지 이제 숨 쉴 때마다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면서
벌벌 떠는 강아지를 보니 이제 놓아줄 때가 되었지 않나 싶어 안락사를 결정했습니다.

추석연휴 동안 마지막 추억을 쌓으면서 매일 차라리 이대로 제 품에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안 한 적이 없는 것 같네요…손으로 강아지의 심장 고동이 느껴질 때마다
안락사를 시켜야 할 것인지 수백 번도 더 고민했습니다.

오늘 병원 가는 길에 머리도 가누지 못하고 팔 안에서 컥컥 대는 강아지를 보고 있자니
왠지 실감이 나질 않았어요…그러다가 마취를 하고…눈도 감지 못하고 숨을 거두는
강아지를 보면서…그제야 눈물이 터지더군요. 장례업체에서 도착하고 차를 타고
화장터로 가는 길에 상자 너머로 무릎에 닿는 강아지의 체온이 점점 식어가는걸 느낄 때까지도
죽었다는 실감이 나질 않았어요 화장터에 도착해서 마지막으로 안아본 강아지의 몸은
아직 따뜻했고 배는 부드러웠습니다. 정말로 죽은 거 같지 않았어요.

뼈를 수습해서 가루로 만들어 유골함에 담아 제 손에 들어오기까지는 채 한 시간도 안 걸리더군요.
집에 와서 항상 강아지가 누워 있던 자리에 유골함을 올려놓고 나니 정말로 눈물이 멈추지를 않네요
그 아픈 몸으로도 낯선 사람이 집에 들어올 때면 벌떡 일어나서 경계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사실은 내가 미쳐서 꿈을 꾸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 안이 텅 빈 거 같은 기분이에요…초등학교 입학부터 지금까지 인생의 중요한 시절을 모두 함께 보낸
제 가족이 죽었단 생각에 저도 뭘 더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금은 정말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홈페이지에도 써 두었지만 당분간 갱신은 없습니다.
블로그는 워낙 방치했던지라 갱신 없다고 말하기도 민망하네요…

늘 들러주시는 여러분 죄송합니다.

by  G  | 2009/10/05 18:49 | ▷ Diary | 트랙백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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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hervil at 2009/10/05 19:00
삼가 반려견의 명복을 빕니다...

힘내세요.
Commented by 혜진양 at 2009/10/05 19:12
포스팅을 읽어 내려가면서 눈물이 저절로 나더라구요.
안락사를 결정하시기 전까지 얼마나 힘드셨을지 압니다.

저희 아이도 마지막에는 아이가 너무 힘들어해서
안락사를 고민 했었습니다.


그 고민을 하는동안 얼마난 힘들었는지도..
좋은 곳으로 갔을거예요.

아이도...G님의 마음도 알거예요..
Commented at 2009/10/05 19:1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페리 at 2009/10/05 19:17
;ㅁ;;ㅁ;;ㅁ;;ㅁ; 좋은 곳으로 갔을거에요.... 힘내시길..
Commented by 아세니아 at 2009/10/05 19:59
분명히 복실이 좋은 곳으로 갔을거야, 언니;_;! 기운내세요.
Commented at 2009/10/05 20:0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9/10/05 20:0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연아 at 2009/10/05 20:15
힘내 ㅜㅜ 복실이도 너랑 함께 있었던 시간들이 분명 행복했을거야!!
Commented by Lemonvalm at 2009/10/05 20:20
저도 최근 집의 강아지가 사고를 당해서, 죽을 뻔 한 경험에 남일같지가 않네요..
아마 병의 아픔보다는, 그래도 주인장님 곁에서 애정 받으며 지낼 수 있었으니, 마지막도 곁에서 보냈으니 그 아이도 행복할 거라 생각합니다.

힘내셔요.
Commented at 2009/10/05 20:2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9/10/05 22:2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잼이 at 2009/10/06 00:12
정말 너무너무 슬프네요...
복실이는 이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곳으로 가서 잘 지내고 있을 꺼예요.
님과의 행복했던 시간들도 분명 기억하고 있을 꺼구요..
많이 슬프시겠지만, 눈물이 나시겠지만..그 기간이 너무 길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복실이의 명복을 빕니다....ㅜㅜ
Commented by 마키리 at 2009/10/06 02:05
어떻게..;ㅠㅠㅠㅠ 가슴 엄청 아프겠다... 힘내..
나도 키우고있는 콩이가 죽으면 무진장 슬플거야.ㅠㅠㅠ
Commented by 삽유노 at 2009/10/06 11:53
ㅠㅠ아 눈물이ㅠㅠ 힘내ㅠㅠ힘내란 말밖에ㅠㅠ못하지만....진짜 너무 슬프다ㅠㅠ
Commented at 2009/10/06 11:5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LICE at 2009/10/06 17:15
많이 슬프시겠어요..ㅠㅠ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Commented by at 2009/10/07 15:41
사랑해 G야!! 힘내..ㅜㅜ 사랑한다!!
Commented by 삭강 at 2009/10/12 11:59
G님..........
얼마나 가슴아플지 알 거같아서 힘내라는 말은 차마 못하고 갈거 같아.
너무 늦게 알아서 미안하고
마지막까지 복실이는 아픈 와중에도 정말 정말 행복했을거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네
지금은 아픔도 병도 없는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거야..
G님 사랑하고 많이 울고 복실이 많이 생각하고 기억하고. 빨리 웃을 수 있게 되길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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